지인마취통증의학과의원 최용민 원장

최용민 원장(지인마취통증의학과의원)

임상소견

고혈압, 당뇨병, 타카야수 혈관염(Takayasu’s arteritis)을 동반한 74세 여자 환자가 찌릿찌릿하게 전기 오는 듯한 복부 및 서혜부 통증, 둔부 통증, 허리 통증 등을 주소로 내원했다. 환자는 내원 전 약물요법, 주사치료,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으며, NRS (numeric rating scale) 9-10점의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문진 당시 3개월 전 체간 부위 피부발진을 시작으로 복부 통증, 허리와 서혜부, 둔부, 다리로 증상이 번지면서 전신통증을 호소했다.

이학적 검사에서는 등에서 복부에 이르는 피부 분절 흉추 11번 영역에 이질통(allodynia)과 통각과민(hyperalgesia)을 보였고, 요추 4/5번에 압통을 동반한 근육 경직으로 인한 허리통증, 고관절의 관절력 제한 및 동작에 따른 통증 양상이 관찰됐다.

체열촬영에서 비특이적 소견을 보였고, 영상검사에서는 요추 4/5번 척추전방전위증을 비롯한 퇴행성 변화가 보였으며, 고관절염이 관찰됐다.

이 환자는 모든 통증의 원인을 대상포진으로 진단받고 내원했으나, 이질통이 동반된 전기 오는 듯한 복부 통증은 대상포진 신경통이고, 인접한 서혜부와 둔부의 통증 및 하지 위약감 등을 동반한 하지 통증은 관절염과 허리 신경에 의한 방사통이었다.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심한 골다공증으로 치료 중 낙상 및 골절 위험이 있고 거동이 불편하여 입원치료를 받았다. Pregabalin (뉴로카바피지)과 tramadol hydrochloride / acetaminophen 제제를 저용량부터 증량하며 처방했고, 경막외카테터(epidural catheter)에 의한 지속적인 신경치료를 7일간 실시했다.

신경치료 종료 후 통증 조절이 잘되어 퇴원했다. 퇴원 2주 후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은 NRS 2-3점으로 잘 조절되었으나, 요하지통을 호소하여 요추 후관절 내측신경지차단술(lumbar medial branch block) 후 경과 관찰 중이다. 환자는 대상포진, 퇴행성 관절질환 및 척추질환이 동반되어 보존치료 후 약제 용량을 감량할 예정이다.

결론 및 고찰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서 각 신경절에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는 장년기에 재활성화되어 피부 발진과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대부분 일측성 피부 분절을 따라 발생하며,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다. 3명 중 1명이 평생 1번 이상 대상포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은 가벼운 증상부터 심한 신경통으로 다양하다. 초기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 수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대상포진 재활성화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수술이나 외상, 방사선 치료, 면역억제제의 투여 및 악성종양, 결핵, 매독, 말라리아, AIDS의 감염 등이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긴장과 스트레스 등 생활환경도 영향을 준다.

최근 연구에서 대상포진 위험인자로는 여성, 인종, 가족력,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과 당뇨병, 천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COPD) 등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대상포진의 발생부위는 50-70%가 흉추 신경에서 발생하고, 전신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질환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 감기나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기존 척추·관절질환의 악화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절은 추간판탈출증 및 협착증을 일으키는 신경절과 같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동반된 증상을 놓치거나 오인할 수 있다.

이 환자도 내원 전 모든 증상의 원인을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았고, 처방은 단순 소염진통제만 받았었다. 하지만 이질통과 통각과민을 동반한 찌르거나 전기 오는 듯한 통증은 대상포진이었고, 서혜부와 둔부의 통증은 고관절과 요추질환에 의한 것이었다.

신경병성 통증 질환의 경우 소염진통제만으로는 통증조절이 어렵고 적절한 신경통 치료약물이 필요하다. 아랫배, 서혜부, 등허리, 둔부 통증은 퇴행성 질환 및 골다공증에 의해 허리가 굽거나 신장이 작은 경우 구별이 안될 수 있으므로 세밀한 검사와 문진이 필요하다.

현재 이 환자는 신경치료와 약물 조절로 신경통증이 70-80% 이상 호전된 상태다. Pregabalin과 tramadol hydrochloride/acetaminophen 처방은 대상포진 신경통뿐만 아니라 척추질환에 의한 신경통과 섬유근육통 등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전신통증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치료 시기가 중요한 신경병성통증의 경우 조기에 신경치료를 해야 하며, 퇴행성질환은 약물요법 및 신경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조절해야 한다. Gabapentinoid 계열 약제 중 pregabalin은 gabapentin에 비해 생체이용률이 높다. Gabapentin의 경우 투여량이 증가함에 따라 약물의 생체이용률이 감소하는데 비해 pregabalin은 약물 투여량에 따라 생체이용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pregabalin은 고령 환자에서 용량 조절(titration)에 유리한 점이 많으므로 신경병증성 통증 처방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References
1. 대한통증학회. 통증의학 5판. 군자출판사. 2018,111-125. 
2. Forbes HJ, et al.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isk factors for postherpetic neuralgia. Pain, 2016,157.1: 30. 
3. Saguil A, et al. Herpes zoster and postherpetic neuralgia: prevention and manage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2017, 96.10: 656-663. 
4. Shrestha M, et al. Modalities in managing postherpetic neuralgia. The Korean journal of pain, 2018, 31.4: 235-243. 
5. Derry S, et al. Pregabalin for neuropathic pain in adults. Cochrane Database of Syst Rev. 2019;1:7076.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